“지방이 사라진다”는 경고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비수도권, 특히 농어촌 지역은 인구 유출과 초고령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파격적인 실험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농어촌 기본소득’**입니다.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별적 복지를 넘어, 지역에 사는 것만으로도 소득을 보장하여 인구를 유입시키겠다는 공격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최근 화제가 된 충북 옥천군의 사례를 시작으로, 대규모 정책부터 마을 단위의 작은 실천까지 다양한 기본소득 모델들을 심층 분석해 봅니다.

1. 충북 옥천군: “월 15만 원의 힘, 인구를 부르다”
충북 옥천군은 떠들썩했습니다. 모든 군민에게 매달 15만 원(연 180만 원)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접수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은 대기 줄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그 효과는 수치로 즉각 증명되었습니다.
- 폭발적인 인구 유입: 시범사업 예고 후 불과 한 달 만에 1,500명이 전입했습니다. 이는 옥천군 전체 인구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치로, 인근 소멸 위기 지역뿐만 아니라 대전 같은 대도시에서의 유입도 상당했습니다.
- 지역 경제의 마중물: 지급된 지원금은 지역화폐로만 사용 가능하여, 자금이 지역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습니다.
- 과제: 다만, 2년 한시적 시범사업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됩니다. 지급이 종료된 후에도 유입된 인구가 정착할 수 있을지,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게 하는 것이 최대 과제입니다.
2. 경기 연천군 청산면: “면(面) 단위 실험의 성공”
옥천군에 앞서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은 국내 최초로 면 단위 전 주민 기본소득을 시행했습니다. 이곳의 사례는 기본소득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미시적인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 인구 감소세의 반전: 만성적인 인구 감소 지역이었던 청산면은 사업 시행 후 인구가 7~10% 가까이 증가하며 ‘살아나는 마을’로 변모했습니다.
- 생활 인구의 활력: 실제 거주하는 주민이 늘면서 폐업 위기에 몰렸던 식당, 미용실, 슈퍼마켓 등의 매출이 급증했습니다. 이는 소액의 기본소득이라도 주거비 부담이 적은 농촌에서는 실질적인 생활 안정 자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 전남 신안군: “세금이 아닌 햇빛으로, 이익 공유형 모델”
앞선 두 사례가 지자체의 예산(세금)을 재원으로 한다면, 전남 신안군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습니다. 바로 지역의 자원인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햇빛연금(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입니다.
- 재원의 지속가능성: 신안군은 “바람과 햇빛은 모두의 것(공유부)”이라는 철학 아래, 발전 수익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합니다. 세금 투입 없이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라 재정 부담이 적고 지속 가능합니다.
- 주민 수용성 확보: 혐오 시설로 인식되던 발전소가 주민들의 소득원이 되면서, 설치 반대 민원이 사라지고 오히려 유치를 희망하는 분위기로 반전되었습니다.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이었던 신안군은 이 정책 도입 후 인구 4만 명 선을 회복하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4. 마을 공동 태양광: “놀고 있는 땅(유휴지)이 마을 연금으로”
신안군이 대규모 발전 단지를 통한 모델이라면, 우리 주변에서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소규모 마을 공동체 모델’**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강원도 인제군, 경기도 양평군 등 전국 각지의 에너지 자립 마을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 유휴 공간의 재발견: 이 모델은 거창한 개발이 필요 없습니다. 마을회관 옥상, 창고 지붕, 쓰지 않는 자투리 땅(유휴지)에 마을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하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합니다.
- 복지를 넘어선 ‘마을 연금’: 생산된 전기를 판매한 수익금은 마을 공동 기금으로 적립됩니다. 이 돈은 어르신들의 겨울철 난방비를 전액 지원하거나, 명절 때마다 ‘효도 수당’ 형태로 지급되기도 하고, 마을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 의의: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마을 스스로 유휴 자원을 활용해 **’자생적인 기본소득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민 자치의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 기본소득, 단순 현금 살포인가 투자인가?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첫째, 복지가 아닌 ‘투자’입니다. 도로나 건물을 짓는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못지않게, 사람에게 직접 투자하여 ‘사람이 살게 하는 것’이 지역 소멸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파제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둘째, ‘정주 여건’과의 결합이 필수입니다. 옥천군의 사례에서 보듯, 현금 지원은 사람을 불러모으는 강력한 유인책(Pull factor)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머물게 하는 힘(Stay factor)은 결국 육아, 교육, 의료 등 정주 여건입니다. 기본소득이 마중물이 되고, 인프라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정착’이 완성됩니다.
셋째, 재원 마련의 다각화가 필요합니다. 지자체의 쌈짓돈을 쪼개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신안군의 ‘햇빛연금’이나 ‘마을 공동 태양광’ 사례처럼, 지역의 특화 자원과 유휴 부지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주민에게 환원하는 **’생산적 복지 모델’**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 맺음말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금, 지방의 생존 본능은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옥천과 연천, 신안, 그리고 작은 마을들의 실험은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때, 지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실험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그리고 우리 지역에는 어떤 모델이 적합할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말 흥미로운 시도네요.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됩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