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계란을 나누는 법을 몰랐던 투자자, ‘데이터’의 숲을 가꾸다

선출직 공직자의 ETF 투자 분투기: 잃지 않는 투자의 기록

1. 선출직 당선, 그 화려한 이면의 ‘고개 숙인 가장’

​선출직 의원으로 당선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저는 곧 차가운 현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시민을 대변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였지만, 생활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임금, 그리고 퇴직금이나 연금 등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는 상황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저를 작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른 겸직 금지는 저의 손발을 묶어버렸고, 저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주식 보유를 제한하는 **주식백지신탁제**라는 벽에 부딪힌 것입니다.

​2. ‘청빈(淸貧)’이라는 이름의 굴레와 금융 문맹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부에 대한 멸시와 돈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공직자에게는 과도한 ‘청빈’을 강요하며, 3천만 원 이상의 주식 보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공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결국 나라의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할 공직자들을 금융 시장에서 소외시키고, 결과적으로 그들을 **금융 문맹(Financial Illiteracy)**으로 만들었습니다.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 시장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만드는 정책은 시장의 생리를 반영하지 못했고, 이는 우리 증시가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핵심 원인이 되었습니다. 굴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제가 찾은 유일한 돌파구는 **ETF(Exchange Traded Fund)**였습니다. 그렇게 저의 처절한 ETF 투자와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3. 잃지 않기 위해 차렸던 ‘백화점’

​투자를 시작하며 제 머릿속을 지배했던 단 하나의 원칙은 **’잃지 않는 투자’**였습니다. 자산이 넉넉지 않았고, 한 번의 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었기에 절박했습니다.

​그 절박함은 철저한 **분할 매수(Divided Purchase)**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당시의 저는 분산 투자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무서워서 쪼개고, 불안해서 여러 종목을 샀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 포트폴리오는 온갖 종목이 나열된 **’백화점식 포트폴리오(Over-diversification)’**가 되어 있었습니다.

​4. 수익률은 정체되었지만, ‘안목’은 자라났습니다

​결과적으로 크게 잃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익률 또한 지지부진했습니다. 종목이 너무 많아 관리가 되지 않았고, 시장이 오를 때 제 계좌는 무거운 짐을 진 듯 더디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이 비효율적인 시간 속에서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ETF 종목을 직접 매매하며 얻은 **실전 데이터(Practical Data)**와 치열하게 매달렸던 경제 정책 공부의 흔적들입니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임계점(Threshold)**을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사느냐보다, 정책과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대한 답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5. ‘생각이 자라는 숲’에 초대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며 저는 과거의 막연했던 ‘백화점식 투자’와 작별하려 합니다. 대신 그동안 쌓아온 소중한 데이터와 경험치를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기록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이곳 **[생각이 자라는 숲]**에서는 다음 두 가지 원칙을 지키려 합니다.

  • 데이터 기반의 기록: ‘소수점 투자 실험’ 시리즈를 통해 아주 작은 단위의 자산이라도 정교하게 분석하여 효율성에 대해 증명하겠습니다.
  • 통찰 중심의 분석: ‘슬기로운 투자 생활’ 시리즈를 통해 경제 정책과 ETF의 흐름을 짚어내며 거시적인 안목을 공유하겠습니다.

​맺으며

​자산의 크기가 투자의 성패를 결정짓는 전부는 아닙니다. 공직자로서의 책임감과 가장으로서의 간절함이 빚어낸 지난 시간은 이제 **’이성적인 투자’**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제 생각이 자라나 울창한 숲을 이루는 과정을 함께 지켜봐 주십시오. 독자 여러분의 자산도 이 숲과 함께 푸르게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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